지난 5월 중순, 일간移山이란 이름으로 새로운 형태의 글을 보름간 발행했습니다. 발행하며 참 많은 걸들을 느끼거나 알게 되었어요. 이를 그냥 넘어가기엔 너무 아쉬워 이번 주간移山에서는 일간移山에 대해 얘기 나눠보려고 해요. 제가 일간移山을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지, 진행하면서 무엇을 느꼈는지, 그리고 앞으로의 제 창작 계획에 대해 말씀 드리려고 합니다.
1. 일간移山을 시작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일간移山은 저 자신을 잃지 않기 위해 시작했습니다.
소방서에서 반년 가량 지내며 저에 대해 알게 된 사실이 두 가지 있어요. 먼저 저는 예민한 사람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습니다. 저는 낯설고 제게 불친절한 환경에 놓이게 되면 제가 예민한 사람이라는 걸 깨닫게 돼요. 중고등학생 시기와 연구실 생활을 하며 제가 예민한 사람이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소방행정과에서 일하며 제가 예민하단 걸 다시금 느끼게 되었습니다.
예민한 사람들은 한 가지 주요한 특징이 있어요. 바로 '자신을 잃기 쉽다'는 점이에요. 그 이유는 다른 사람들보다 감각하는 정보량이 많은 데다 경계를 잘 못 짓기 때문이라고 해요. 그래서 예민함과 관련된 주요 책들은 예민한 사람들에게 '경계 짓기'를 잘할 것을 강조해요. 그 방법으로 명상, 일기 쓰기 등을 주로 소개합니다. 제가 저 자신을 잃지 않기 위해 택한 방법은 일기 쓰기였어요. 복무를 마치고 저녁루틴을 할 때 항상 하루동안의 생각들을 정리해 보는 일기로 시작했습니다. 지난 6개월 동안 매일 30분 정도씩 저녁일기를 썼어요. 이 시간이 이후 주간移山과 일간移山을 작성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두 번째로 저는 수직적이고 반복적인 일과 잘 맞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저는 수평적인 분위기에서 창의적인 일을 하며 살고 싶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소방서에서 지내면서 매일 제가 하고 싶지 않은 일들을 해야 했어요. 대부분 상관의 지시에 맹목적으로 복종해야 하는 일들이었고 무의미해 보이는 일들을 반복이었습니다. 게다가 다른 분들 눈치를 봐야 하는 일들도 많아 퇴근할 때가 될 때면 마음이 뻐근해졌어요. 저는 이 괴로움을 긍정적으로 해소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퇴근하고 잠들기까지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가 무척 중요해 보였어요.
기록들을 되돌아보니 올해 제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은 창작이었습니다. 그리고 되도록이면 매주, 매달 결과물을 낼 수 있었으면 했어요. 그러면 제가 다음 하루를 살아가는데 큰 의지가 될 것 같았습니다. 살펴보니 제가 가진 창작도구는 영상, 문장, 선 정도였어요. 영상의 경우 FaMo를 매달하고 진행하고 있었기에 그대로 FaMo에 집중하면 될 것 같았습니다. 선(드로잉)의 경우 아직 연습이 많이 필요했어요. 문장, 문장이 매주 결과물을 만드는 데 탁월해 보였습니다. 글은 제가 그동안 많이 써왔고 매일 쓰고 있었어요.
이 글들을 제 공책에만 꿍쳐두지 말고 다른 분들과 함께 볼 수 있는 장소에 공개해보자는 생각으로 자연스레 연결됐습니다. 그렇게 첫 번째로 시작한 것이 4월 말에 시작한 주간移山이었고 두 번째로 시도한 것이 5월 중순부터 시작한 일간移山이었습니다.
2. 일간移山을 발행하며 느낀 점은 무엇인가요?
일간移山을 발행하며 글쓰는 실력이 많이 늚과 동시에 마음이 무척 안정됐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창작을 어떻게 해나가고 싶은지를 알게 되었어요.
일간移山은 한 단락 정도밖에 되지 않는 분량이지만 한 편을 완성하는데 꽤 많은 시간이 쓰였어요. 글감은 미리 생각해 두는 편이라 큰 문제가 없었지만 내용을 구성하는데 많은 시간이 들어갔어요. 목 넘김이 편한 음료처럼 문장 구조와 문장들 간의 흐름이 부드러웠으면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여러 번 읽고 수정하는 과정에서 최소 두 시간은 훌쩍 넘겼어요. 이렇게 고민하는 과정에서 작문 실력이 많이 늘게 된 것 같아요.
그리고 일간移山을 발행하는 행위를 통해 독백이 대화로 확장되는 경험을 하게 됐어요. 주간移山과 일간移山을 발행하면 항상 인스타 스토리로 해당 내용과 소식을 포맷에 맞춰 편집해 올렸었어요. 이제 막 창작 걸음마를 떼고 있는 제 글들이라 과연 몇 분이나 읽어주실까 걱정했었습니다. 하지만 제 기대 이상으로 많은 분들이 읽어주셨고 제가 드린 질문에 본인의 생각을 제게 보내주시거나 제 글을 읽고 든 느낌을 디엠으로 보내주시는 분들도 많이 계셨습니다. 그분들 덕분에 항상 제 안에서만 일방적으로 맴돌던 생각들이 밖을 향하게 되었고 다른 분들의 말씀을 통해 한 생각을 다각도로 바라볼 수도 있었습니다. 덕분에 오월 한 달을 무척 행복하게 보냈어요.
마지막으로 제가 정말로 하고 싶은 것이 뭔지 분명해지고 도전해보고 싶은 것들이 생겼습니다. 무작정 창작가가 되고 싶단 생각에 일단 시작해본 글쓰기였어요. 글을 쓴다 해도 제가 가진 콘텐츠가 많지 않았기에 먼저 제가 했던 경험들에 대해 쓰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의 제 삶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10년간을 어떻게 살고 싶은지를 적어봤어요. 하나씩 하나씩 경험과 생각들이 정리되다 보니 점점 제가 무얼 하고 싶은지를 명확히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자연스레 뭘 해야 할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3. 그럼, 이후 창작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올해 12월 말에 移山在爀이란 이름의 온라인 매거진을 발행하는 게 목표예요.
앞으로 제가 해보고 싶은 작업은 두 가지예요. 하나는 인스타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싶어요. 지금 제 피드는 사진 위주로 구성돼있어요. 여기에 글, 그림, 영상의 비중을 늘리고 싶습니다. 게다가 글의 경우, 에세이만 작성했던 것이 무척 아쉬워요. 6월부터는 시, 소설, 수필의 비중도 높여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그림은 제가 오랜 시간 준비해 온 이야기들과 인스타툰 혹은 웹툰 형식을 결합해 발행해보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영상의 경우 지금까지 사진 작업을 많이 해왔으니 이젠 동영상 작업도 해보고 싶습니다. 6월부터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구성해 12월까지 6개월 동안 꾸준히 콘텐츠들을 쌓아보려고 해요.
그리고 이것들을 엮어 온라인 매거진을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제 창작물들을 하나의 상품으로 꾸려보는 작업까지 올해에 해볼 수 있으면 참 좋을 것 같아요.
'PROJECT > 월간移山'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내가 느낀 한국과 중국의 문화 차이 (1) | 2024.09.22 |
---|---|
📒 왜 移山在爀(이산재혁)인가요? (0) | 2024.06.16 |
📒 일간移山, 2024년 늦봄의 기록 (1) | 2024.06.07 |
📒 내가 되고 싶은 모습, 내게 인스타가 갖는 의미 (0) | 2024.05.06 |
📒 내가 블로그와 인스타에 진심이 된 이유 2가지 (0) | 2024.04.21 |